[생각의 책] 4.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미 너무도 유명한 일본의 작가이지만 또한 마라톤을 수십 번 완주한 러너이기도 하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는데 이 글을 읽고서 그가 참으로 타고난 작가이자 타고난 러너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꾸준히 반복할 수 있는 힘 그것은 간단해 보이지만 지속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달리기에 대해서 말하는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목차

1. 작가 이야기

2. 책 내용 중에서

3. 꼭 읽어야 할 이유

 

 

1. 작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는 누구나 한번쯤 좋아할만한 작가이다. 1987년 쓴 '노르웨이 숲'은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수많은 하루키 팬들을 양산했다. 나도 한때 신간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구입하는 열혈 팬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가 이십 대 초반에 결혼을 하고 7년 동안 재즈바를 운영하다가 작가가 되었다는 것은 꽤 나중에야 안 사실이다. 그의 작품 속에 늘 음악이 흐르는 것 같은 분위기는 아마도 전직이 그러했기 때문이었나 보다. 자영업자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을 법한 성격이지만 (와이프 집안이 장사수완이 있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그 스스로 재즈바를 정말로 열심히 운영했고 힘들었지만 자리를 잡아서 꽤 잘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78년 4월 1일 오후 1시 반 전후에 진구 구장의 외야석에서 야구를 관전하다가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다소 뜬금없을 수 있지만 작가의 시작으론 그럴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쓴 소설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이고 이 소설은 단번에 군조신인상을 타면서 작가로서 데뷔를 하게 된다. 그때부터 지금껏 성실하게 작품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그 기반이 되었던 것이 마라톤이었다. 타고난 러너이기도 한 그는 1983년부터 글 쓰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하루 10킬로미터씩 뛰는 것을 일상으로 삼았고 매해 마라톤 풀코스에 참가했다. 이 책은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자신의 러너로써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쓴 것이다. 적당히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여유롭지만 성실한 그를 닮은 글은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달리는 행위를 가장 멋지게 표현한 글이라 생각된다

 

2. 책 내용 중에서

 

  하루키는 글을 쓰는 것 만큼이나 달리는 것에도 진심인듯하다. 그가 바라는 묘비명에 작가(그리고 러너)라고 적을 정도이다.  책은 그가 어떻게 달리는 훈련을 하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나와있다. 매일 10킬로 뛰는 것을 목표로 또 한 달에 뛰어야 할 거리를 정해두고 정확하게 실천을 해나간다. 때론 굉장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그렇게 자신의 근육 하나하나를 단련하고 기록향상을 위해서 조금씩 나아간다. 서두르는 것은 없다. 한꺼번에 나아지길 바라지도 않고 핑계를 대면서 그만두지도 않는다. 하루키는 달리는 행위를 정말로 사랑하는 것 같았다. 글쓰기를 사랑하는 것처럼. 하지만 사랑한다고 해서 요란하게 그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다. 꾸준함으로 표현할 뿐이다. 그 꾸준함이 오히려 감동을 준다. 그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적어도 최후까지 걷지는 않았다.' 이것이 그가 지키는 유일한 철칙이다. 그는 글쓰기도, 달리기도, 인생도 그렇게 최후까지 걷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묵묵히 하루하루를 달려 나간다.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아는 입장에서 그의 이런 성실함은 닮고 싶은 삶의 자세이기도 하다. 

 

하루키가 바라는 묘비명 (그에게 잘어울린다)

 

3. 꼭 읽어야 할 이유

 

  오래전부터 달리기를 하고 싶었는데 매번 그 꿈은 좌절되었다. 때론 작심삼일 게으름 탓에, 때론 달리기엔 너무 약한 무릎 관절탓에. 이런저런 이유들로 마음은 달리고 있지만 몸은 달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간접경험을 하게 한다. 수십 년을 달리고 마라톤 풀코스를 수십 번 참가할 수 있는 강인한 관절을 가진 하루키가 한없이 부러워지고 마치 나도 그와 함께 달리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달리면서 우리가 하고 싶었던 생각들, 느끼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대단한 것은 없지만 그래 맞아라고 거세게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그의 글들이 있다. 이 책은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아니면 바쁜 인생을 달려와서 조금 내려놓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여유를 선사한다.